■ 백신 종류
백신의 원리는, 안전한 ‘바이러스 모조품’을 인체에 투여해 면역계가 진짜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한번 싸웠던 상대를 기억하는 면역계의 신통한 능력 덕분에 인류는 여러 질병과 대적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도 예외가 아니다. ‘바이러스 모조품’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백신의 종류는 다음과 같이 나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인류가 쌓아온 모든 백신 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사백신과 생백신
실제 바이러스를 죽이거나(사백신) 독성을 없애서(생백신) 백신으로 쓰는 형태다. 가장 오래되고 널리 쓰이는 기술이다. 독감백신이 여기에 속한다. 현재 중국과 인도에서 이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재조합 단백질 백신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데기에 유전물질이 한 가닥 들어 있는 단순한 구조다. ‘재조합 단백질 백신’은 바이러스의 껍데기에서 특정 부분만 백신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B형 간염백신이 여기에 속한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팀과 제약사 가운데서는 이 기술을 택한 곳이 가장 많다. 코로나19의 경우엔 단백질 껍데기 중에서 돌기처럼 돋아 있는 스파이크(코로나19는 세포에 침투할 때 이 부분을 열쇠처럼 이용한다)를 활용하는 형태로 재조합 단백질 백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에 투여되면 중화항체가 생성돼 앞으로 들어올 진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선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
안전한 바이러스를 운반체(벡터)로 삼고 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유전자를 끼워 넣어 체내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 인체에 들어가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만을 만들어낸다. 상용화된 지 얼마 안 된 기술이다.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된 에볼라 백신이 2019년 출시됐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이 이 방식을 채택했다.
DNA 백신
mRNA 백신과 함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이용해 만드는 백신이다. 지금까지 상용화되지 않은 최신 기술이다. DNA 백신과 mRNA 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신속하게 후보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주목받은 이유다.
mRNA 백신
바이러스의 유전자인 RNA를 이용해 만드는 백신이다. ‘메신저 RNA 백신’이라고도 불린다. 이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모더나가 지난해 12월 연달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DNA 백신과 마찬가지로 백신 후보 물질을 아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RNA는 쉽게 분해되는 민감한 물질이기에 ‘리피드 나노 파티클’이라 불리는 지질막으로 RNA를 감싸야 한다. mRNA 백신을 운반할 때 영하의 극저온 콜드체인(백신을 양호한 상태로 이송·보관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 국내 도입 예정 백신
한국은 2021년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과 개별 계약을 통해 백신 4600만명분을 도입한다. 이와 별도로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로부터 1000만명분을 들여올 계획이다. 2021년의 백신 도입 순서는 아스트라제네카(2~3월)-얀센(2분기), 모더나(2분기)-화이자(3분기) 등이다. 정부는 화이자 백신 공급 시기를 당기기 위해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곧 우리를 찾아올 백신들을 정리했다.
참고로 확인된 부작용은 임상 3상에서 백신 접종 후 빈번하게 관찰된 신체 반응을 정리한 것이다. 임상 3상 데이터를 공개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모두 심각한 부작용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된 부작용들 역시 다른 백신을 맞았을 때도 통상적으로 생기는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Pfizer & BioNTech)
2020년 11월9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3상 데이터를 공개하자 전 세계가 들썩였다. 90% 이상의 효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분명 기뻐할 만한 일이었다. 겨울철이면 맞는 독감백신의 효능은 40~60% 수준이다. 2020년 9월 미국 FDA는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효능이 50% 이상이면 긴급승인을 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효능을 보였던 것이다. 이어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 모더나(94.5%)와 아스트라제네카(62~90%)도 기대 효능을 뛰어넘는 수치를 보고하며 2021년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다.
이 백신 기술의 개발자는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다. 바이오엔테크는 자체 보유한 mRNA 백신 기술로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3월엔 굴지의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와 협약을 맺으며 자금력과 노하우가 필수적인 임상시험을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백신과 비교할 때 mRNA 백신의 경우 후보 물질 개발까지는 매우 신속하고 간단하게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하다. 그 덕분에 팬데믹 대응용 백신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mRNA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출시되고 접종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고무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mRNA 백신이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낼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백시네이션(대규모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mRNA 백신은 두 가지 허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첫 번째는 생산이다. mRNA 백신은 지금까지 나왔던 백신들과 생산 공정이 크게 다르다. 이미 있는 백신 제조설비를 그대로 쓸 수 없다. 그 때문에 mRNA 백신은 미국과 유럽의 일부 공장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다른 코로나19 백신과 견주어 생산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유통이다. mRNA 백신은 극저온의 콜드체인이 필요하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특히나 더 낮은 온도(영하 70℃)를 요구한다. 선진국에서는 지금부터 준비해 극저온 콜드체인을 갖출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기는 어렵다. mRNA 백신이 아무리 뛰어난 효능을 보이고 의학사를 다시 쓸 정도의 놀라운 발명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다양한 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더나(Moderna)
모더나는 mRNA 백신 기술에 특화된 미국의 생명공학회사다.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암 치료’에 사용되는 백신에 주력했다. 모더나는 재빠르게 후보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mRNA 백신의 특성을 살려 2020년 3월에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첫 번째로 임상 1상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에 가까운 지원을 받았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함께 전임상·임상시험을 진행했다. 2020년 11월 발표한 임상 3상 결과에서 94.5%라는 높은 효능을 보였다.
대규모 예방접종까지 가려면 화이자처럼 두 개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다만 콜드체인 조건은 모더나가 덜 까다롭다. 모더나도 극저온 배송을 요구하지만 영하 20℃ 정도다. 냉장 상태에서 최대 30일간 보관할 수 있다. 다만 백신 생산 규모에서는 화이자에 미치지 못한다. 화이자는 2021년 목표 생산량으로 13억 도스를 잡은 반면 모더나는 5억 도스를 예고했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대학(AstraZeneca & Oxford)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다. 이 연구소는 18세기 최초로 백신을 개발한 ‘에드워드 제너’에서 이름을 따왔다. 2020년 4월 영국-스웨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협약을 맺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전 세계를 도울 수 있는 백신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적당한 가격’에 백신을 공급한다는 조건을 파트너 제약사에 걸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를 받아들였고, 코로나19 백신 가격은 대략 4달러 정도로 정해졌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보다 훨씬 저렴하다(백신 가격은 계약 국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20년 5월28일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가장 먼저 대규모 임상시험인 2/3상(2상과 3상이 결합된 형태)에 들어갔다. 선두 그룹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연구팀이었기에 그해 여름까지만 해도 실제 접종에 들어가는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영국 임상 참가자 한 명이 심각한 부작용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등지에서 진행되던 임상시험이 일시 중지되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부작용이 염증의 일환인 ‘횡단척수염’이었으며 참가자는 병원에 입원한 뒤 회복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외부 전문가 독립위원회에서 안전성 데이터를 검토하고 각국 규제기관의 재가를 받아 일주일 만에 임상을 재개했다. 다만 미국 FDA는 2020년 10월 말에야 임상시험 재개를 허락했다. 전문가들은 임상시험 일시 중지는 종종 있는 일이며, 잠재적인 부작용을 걸러내는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믿을 만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2020년 11월23일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 3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용량을 달리 투여한 1그룹(2700명)과 2그룹(9000명)에서 각각 90%와 62%의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평균 기준으로는 70%의 효능이다. 이처럼 독특하게 임상 3상이 진행된 이유는 ‘실수’ 탓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회 접종해야 한다. 그런데 착오로 인해 초기 참가자들(1그룹)은 1회 접종에서 당초 정해진 용량의 절반만 투여받았다. 그런데 이 그룹에서 나타난 효능이 정해진 용량을 투여받은 그룹의 효능보다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제약사로서는 그야말로 ‘뜻밖의 발견(serendipity)’인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련 데이터가 더 나와야 1그룹의 효능이 더 좋았던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 백신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두텁다. 실제 집단면역의 효과가 나오는 ‘백시네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대학의 백신이 가장 적합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채택한 바이러스 벡터 기술은 mRNA 백신과 달리 생산과 유통 면에서 허들이 낮다. 2~8℃ 냉장 보관이어서 기존의 백신 콜드체인 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백신 제조설비에서도 생산 가능하다. 쉽게 생산량을 늘리고 어렵지 않게 유통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여러 나라의 제약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으며 목표 생산량을 늘려왔다. 한국의 SK바이오사이언스도 그중 하나다.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인 인도 세럼 연구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1년까지 30억 도스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많은 양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계약한 제약사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에 공급될 전체 선주문 물량을 따져보면(12월30일 기준) 아스트라제네카(29억2500만명), 노바백스(12억840만명), 화이자(7억1600만명), 사노피(7억1200만명) 모더나(4억1100만명), 얀센(3억4600만명) 순이다.
얀센(Janssen)
얀센은 베이비 로션으로 친숙한 미국의 거대 기업 존슨앤드존슨의 의약 부문 자회사다. 감기의 원인인 아데노바이러스26을 운반체로 삼아 코로나19 스파이크 유전자를 체내에 전달하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 기술을 활용한다. 이때 벡터가 되는 아데노바이러스26은 독성을 없앤 뒤 사용하기 때문에 이 백신을 맞는다고 감기에 걸리진 않는다. 얀센은 이 기술을 이용해 에볼라 백신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이 2회 접종인 것과 달리 1회 접종을 목표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므로 아스트라제네카와 비슷하게 대량생산이 용이하고 기존 콜드체인을 사용해 운반할 수 있다.
노바백스(Novavax)
2020년 12월8일 대한민국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엔 노바백스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추가로 백신을 확보한다면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의 재조합 단백질 백신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노바백스는 2020년 8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위탁 생산 계약을 맺어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 재조합 단백질 백신은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백신 기술인 만큼 기존 백신 제조설비를 별다른 변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비교적 쉽게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노바백스는 인도 세럼 연구소와도 위탁 생산을 계약했다. 2021년 초에 임상 3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가난한 나라에도 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주도로 꾸려진 글로벌 공동구매 프로젝트다. 목표는 이 프로젝트로 2021년까지 전 세계 인구 중 20%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180여 개 나라가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했고 한국 등 선진국 주요 국가가 대부분 들어갔다. 미국은 빠져 있다. 2020년 12월30일 현재 코백스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백신 후보군은 모더나,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클로버, 큐어백, 이노비오, 사노피 파스퇴르, SK바이오사이언스, 얀센 등이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화이자도 코백스로 공급되는 백신 그룹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2020년 10월 코백스 퍼실리티에 선급금 850억원을 납부하고 1000만명분의 백신을 계약한 바 있다. 개별 제약사들과 계약했거나 계약 추진 중인 백신 물량과는 별도로 확보하는 물량이다. 〈시사IN〉 취재 결과 코백스를 통해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백신은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1년 1분기 내 코백스를 통한 백신을 도입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2021년 1월 공개될 예정이다.
■ 국내 개발 주요 백신
제넥신
DNA 백신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온 제넥신은 2020년 6월17일 국내 회사로는 가장 먼저 임상 1/2상(1상과 2상이 결합된 형태)에 들어가며 기대를 모았다. 같은 해 12월17일 발표한 임상 1/2상 결과는 기대에 비해 다소 부진했다. 안전성이 확인되고 T세포(면역세포) 면역반응을 잘 이끌어낸 것까지는 좋았으나 제일 중요한 ‘중화항체’ 유도 효과가 낮았다. 제넥신의 코로나19 백신 GX-19를 접종한 뒤 생긴 중화항체 양이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한 환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넥신은 백신 후보 물질을 GX-19에서 GX-19N으로 변경해 임상시험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
자체 보유한 재조합 단백질 백신 기술로 코로나19 백신 NBP2001을 개발 중이다. 2020년 11월27일 임상 1상에 들어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다른 방식으로도 코로나19 백신에 접근하고 있다.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의 펀딩을 받아 워싱턴 대학과 합작으로 또 다른 코로나19 백신 GBP510을 개발했다. GBP510은 아직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인 전임상(동물시험) 단계이지만 완성된다면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바이러스 벡터 백신), 노바백스(재조합 단백질 백신)와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진원생명과학
DNA 백신 형태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2020년 12월7일 임상 1/2상에 들어갔으며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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